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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SF

책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_리러하] | 오랜만에 끝까지 다 읽은 판타지 로맨스 소설

by 책읽는오제 2025. 4. 9.

로맨스가 필요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로맨스 소설. 다만, SF는 제외. 요즘 SF 로맨스가 유행하는데 나는 SF와는 영 맞지 않는 것 같다. 애초에 내 인생에 꼽을 만큼 재밌게 읽은 판타지 소설이라고는 해리포터가 유일하다.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 책에서만큼은 장르를 가리고 싶지 않아서 꾸준히 시도는 하지만 번번히 실패하는 중이다.

 

이 책은 판타지 소설 중에 드물게 다 읽기를 성공한 책이다. 일단 악마가 집에 세를 든다는 설정이 신선했다. 악마를 다룬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악마와의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를 책 앞쪽에 첨부한 소설은 아마 이 책이 유일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 서주에게 마음이 쓰였다. 현실적인 불행에 맞서 열심히 살아가면서도, 서류상의 가족의 부재가 주는 외로움에 가끔은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주인공의 여정이 흥미진진한 소설은 많지만,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는 소설은 흔치 않다는 점에서 좋은 소설이라고 느꼈다.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서주의 아르바이트 가게에 들이닥친 남자, 어느 날 집안에 들어온 의문의 사람들 그리고 갑작스럽게 일어난 할머니의 이상 증세. 과연 서주는 이 상황들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그리고 악마와의 동거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는 악마에게 집을 세놓는다는 독특한 설정을 기반으로 ‘그 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악마와 인간의 미스터리 로맨스 판타지다. 지옥이라는 주제와 상반된 밝은 글의 분위기, 지루
저자
리러하
출판
팩토리나인
출판일
2022.08.12

나는 내가 지옥에 갈 만한 인간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지옥에 끌려갔을 때 '나는 무고한 인간입니다'라고 악마를 설득할 자신 또한 없다. 게으름 피운 자, 욕설을 한 자,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은 자, 거짓말을 한 자 등등 그 모두에게 맞춤형 지옥이 준비되어 있다면, 대체 이승의 사람 중 어떻게 살아가는 사람이 지옥을 피할 수 있을까.

가끔 그런 생각도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들이 지옥을 상상했던 건, 지옥에 보내고 싶은 인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주가 나 대신 복수해준다니, 좋잖아. 세상 어딘가에는 나를 위한 지옥을 상상하는 사람도 있을까? 어디의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소용없어요. 내 지옥은 여기 있으니까.

 

나 역시 내가 지옥에 갈 만한 인간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범죄, 혹은 범죄에 준하는 악행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근거한 생각이다. 그러나 어떤 행위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이고 때론 양면적이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 누구에게는 지옥을 맛보게 했을지도 모른다. 지옥에나 가라고 저주할 만큼 내가 싫은 사람도 있겠지. 다행인 건, 내 현실은 지옥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로, 나는 저주할 만큼 싫어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나? 극악무도한 범죄자들, 국민을 우롱하고도 뻔뻔하게 권력만을 좇는 정치인들, 사람 목숨을 돈보다 아래로 보는 기업가들이 이 세상에서 가능하면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야 많다. 그렇지만 대체로 피해 당사자는 아니다보니 저주의 강도는 그다지 세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내란 사태에 대해서는 달랐다. 나 말고도 상당수의 대한민국 국민이 윤석열의 지옥행을 간절히 바라는 것 같던데, 제발 이루어지기를!) 내가 개인적으로 싫어한 사람들이야 좀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지옥에 가기를 간절히 원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천국에 가기는 힘들 것 같은 사람들이고, 나는 사후세계에서보다는 현실에서 고통받는 편이 옳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게으름 피운 자, 욕설을 한 자,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은 자, 거짓말을 한 자라니. 이건 다들 해당사항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나는 참고로 네 개 다 해당된다. 세 번째는... 대못은 모르겠지만 못은 박았다.


미숫가루 네 스푼, 설탕 세 스푼, 거기에 율무차를 한 봉지 털어 넣는다. 우유를 약간 붓고 숟가락으로 세게 저어 녹인다. 어느 정도 녹았다 싶으면 우유를 약간씩 추가해 약 500ml 분량으로 만든다.
악마는 큰 보울에 녹인 미숫가루를 유리잔 두 개에 나누어 따랐다. 대충 쏟는 것 같은데 한 방울도 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는 각 유리잔에 각얼음이 두 개씩 떨어지며 경쾌한 소리를 낸다.

 

악마의 미숫가루 레시피다. 나중에 따라서 만들어 보려고 여기에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