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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상반기 책 결산 (2) 기록 외

by 책읽는오제 2024. 11. 22.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포스팅 기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모든 책을 다 기록할 것인가, 아니면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모아 둘 것인가.

전자의 경우에 포스팅을 자주 함에 따라 블로그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나는 결국 후자를 택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컸던 것은 그저 그랬던 책을 어떻게 소개할지에 대한 막막함이었다. 아무리 길게 쓰려해도 몇 문장이 최대였고, 길게 늘일수록 쓸데없는 말들만 늘어놓게 될 뿐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식이 한줄평 형식이다. 앞으로 책 결산을 주기적으로 할 때, 다 읽었지만 그저 그랬던 책들을 모아서 기록 외 항목에 n줄평 형식으로 남겨두겠다. 이 글은 그 첫 번째이다.


1.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_이수정, 김경옥 (2.0/5.0)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가끔 유튜브에서 '그것이 알고싶다' 클립을 보면 정말 흥미롭다. 범죄심리학만큼 무섭고도 흥미로운 학문이 있을까. 그러나 이 책은 추천하지 않는다. 각각의 사례에 대한 분석은 흥미롭지만 전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사이코패스가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는 것은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다. 제대로 안 읽어서 모르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2.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_요시노 겐자부로 (2.0/5.0)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인생 책으로 꼽고 결국 애니메이션으로까지 제작한 책이다. 일본의 군국주의가 극한에 이르렀던 시기에 일본의 청년들을 위해 쓰인 책이라 교훈적인 성격이 강하다. 삼촌과 아이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어 잘 읽힌다. 세상에 대한 눈을 넓혀가는 중학생 나이의 청소년들에게는 좋은 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로서는 굉장히 지루한 책이었다.


3. 내 생애 단 한 번_장영희 (3.5/5.0)

내 생애 단 한 번


아버지에 이어 영문 번역가와 교수, 작가로 활동한 장영희 교수의 수필집 중 하나이다. 편견이 지금보다 더 심했던 과거에 소아마비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장애를 극복한 작가의 삶은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생각보다 자신의 과거 내력에 대한 비중이 적고 일상에서 느낀 점을 주로 쓴 것이 좋게 다가왔다.

그러나 큰 감동은 없었다. 이건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4. 곰탕 1, 2_김영탁 (4.0/5.0)

곰탕 1: 미래에서 온 살인자
곰탕 2: 열두 명이 사라진 밤


SF 추리소설이다. 곰탕 레시피를 위해 과거로 간다는, 읽기 전까지는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과 장르 자체에 끌려서 읽게 됐다. 읽으면서 다음 내용을 예상하면 꽤 들어맞아서 맞히는 재미가 있었다. 인물들 간의 관계가 흥미롭고 떡밥 회수가 거의 완벽하다. 소름 돋는 반전은 없고, 스토리 자체의 신선함과 인물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가족'이라는 존재가 어떤 것인지를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인물들의 가족을 향한 맹목성이 공감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범죄 소재가 인신매매, 살인, 성형수술을 다루고 있어 읽다 보면 굉장히 기괴하다. 순한 맛을 기대하고 읽었기에 당황스럽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킬링타임용으로 최고다.


5.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_이수연 (3.0/5.0)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대단히 우울한 날이었던 것 같다. 도저히 뭘 할 수가 없어 818번대 서가로 갔다. 주로 우울증과 다른 정신질환을 다룬 에세이가 모여 있는 곳이다. 잠깐 지나가는 우울감이라는 것을 알지만, 아직은 그 시간을 온전히 견디기는 힘들다. 그럴 때 우울한 글을 읽으면 나의 우울이 그들의 우울로 승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 조금 더 편안해진다.

그런데 원래 그런 에세이들을 잘 읽지는 않는다. 우울증은 원인과 양상이 다양한 질병이고, 나와 다른 사례는 별로 공감도 안 되고 도움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처음 읽었던 에세이의 작가가 나와는 정반대의 사례였던 점도 한몫한 것 같다. 그 사람은 슬픔과 분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런 감정을 인지조차 잘 못했던 사람이었으니 공감이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책도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조금 읽다가 별로 공감이 가지 않으면 덮어버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작가는 나와 조금은 비슷했다. 비교적 이성적이고(이때의 이성은 전혀 합리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감정적의 반대일 뿐이다.) 냉소적인 서술이 굉장히 공감 갔다.


6. 절망은 나의 힘 - 카프카의 위험한 고백_프란츠 카프카, 가시라기 히로키 (3.0/5.0)

절망은 나의 힘


제목에 끌렸다. 절망이 어떻게 힘이 된다는 거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은 몇 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변신' 외에는 어떤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었다.

'절망은 나의 힘'은 카프카가 쓴 편지들과 일기들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해석과 추측을 덧붙인다. 카프카는 강인한 아버지의 기세에 평생을 눌려 산 섬세한 사람이었다. 문학을 지향했지만 생계를 포기할 용기가 없어서 싫은 직장을 계속 다녔다. 나중에 결핵에 걸려 요양을 할 때 해방감을 느꼈을 정도로 일을 싫어했다. 결국 타락하고 자살한 다자이 오사무(인간실격)와는 달리 프란츠 카프카는 직장생활을 계속하다 병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둘은 절망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다는 점에서 결이 비슷한 것 같다.

책에 실린 카프카의 글들은 흥미로웠으나 해석을 지나치게 히키코모리와 엮은 점은 개인적으로 별로였다. 어쨌거나 카프카는 직장생활을 열심히 했다. 히키코모리는 전혀 아니었다. 히키코모리가 되고 싶었을진 몰라도 결국 되지 않은 사람의 글을 히키코모리와 연관 짓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해석을 열심히 보기보다는 카프카라는 인물에 대해, 그의 글들에 대해 조금 깊게 알아가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작가의 매력을 짧은 시간 안에 가득 느껴볼 수 있게 구성된 책이다.


7. 어쩌다 학교가 집이 되었다_김윤 (2.5/5.0)

어쩌다 학교가 집이 되었다


도서관에 대본집과 시나리오집이 모여있는 서가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두꺼워서 망설이다가 상대적으로 얇은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웹소설을 엮은 단행본인데 도서관에 있는 책이라면 뭔가 특별하지  않을까 싶어 읽기 시작했다. 누구나 한 번쯤 학교에서 몰래 자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휴일에 학교에 몰래 잠입해서 스릴을 즐겨봤던 경험이 있다......

결론적으로 재밌게 읽었다. 가출 청소년, 가정폭력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청소년들이 읽기 좋다.



어쩌다 보니 2024 상반기 결산 (1) 보다 (2)를 먼저 올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감명 깊게 읽은 책들은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서 더 쓰기 어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