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제에 대해 답을 찾기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되어 간다.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쓸데없이 강력한 의지 때문에 혼자 독학을 택했다. 이 책을 읽은 것도 나의 마음공부의 일환이다.
정신적인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외부적인 요인으로는 어린 시절의 폭력과 학대 경험, 금전적 문제, 사회적 단절, 범죄 피해 사실, 심한 스트레스, 트라우마, 내적인 요인으로는 유전, 애착 문제, 예민성, 호르몬 이상 등이 있다.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고, 사람마다 원인이 다양할 것이다. 내적인 요인과 외적인 요인의 경계도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애착 문제는 어렸을 때 부모님과의 관계에 기반하여 주로 형성되지만, 형성 이후에는 잘 변하지 않으며 하나의 성격적 특징처럼 작용한다. 물론, 한 사람에게서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나는 나의 문제를 찾기 위해 위의 원인들을 하나하나 다 검토했다. 나의 경우 트라우마나 폭력을 당한 경험처럼 확실한 원인은 없었기 때문에, 찾는 과정에서 나와 경우가 비슷하다고 하면 무조건 책이나 영상을 찾아보면서 공부했다. 그래서 내가 원인이라고 내린 결론은 몇 달에 한 번씩 계속 수정되고 추가됐다.
이 책을 읽은 올해 초는 내가 한창 애착 이론을 공부할 때였다. 우연히 애착 이론을 알게 되어 인터넷 무료 검사를 해 보니 회피형 상위 2.6%가 나와서 경악을 했던 것이다. 내가 상위 4% 안에 들 수 있는 것이 회피형 애착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온라인 검사라 정확하지도 않고, 내가 나를 과대평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회피형 애착임은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수치다. 여러 번 해도 검사 결과는 비슷했고, 나는 체념을 하고 회피형 애착에 대한 각종 책들과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장. 내 감정이 버거운 나에게
2장. ‘가짜 감정’ 증후군
3장. 당신도 감정 회피형 인간인가요?
4장. 감정의 파도에 올라타는 법
5장.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 훈련
내가 주목한 부분은 3장과 5장이다.
3장. 당신도 감정 회피형 인간인가요?
3장에서는 감정을 속이는 여러 가지 행동에 관해 설명한다. 감정을 속이는 마음의 속임수 여덟 가지가 각각의 예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
1. 감정 차단하기
2. 시선 돌리기
3. 쉬지 않는 사람들
4. 생각으로의 도피
5. “괜찮아”의 함정
6. 참으면 복이 온다?
7. 더 큰 감정으로 덮어버리기
8. 명상이라는 위장술
나의 경우에는 1번과 4번, 5번이 해당되는 것 같다.
4번과 5번은 안 그래도 의식적으로 고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해결 방법이 필요한 문제와 감정이 중요한 문제를 의식적으로 구분한다. 감정 문제의 경우에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내 감정을 들여다본다. 회피하지 않고 인정한다. 예를 들어, 약속이 깨졌을 경우에 상대방이 제시한 이유의 합리성을 따지기보다는, 약속이 깨진 상황에 대한 나의 속상함을 인정한 후에 상대방을 이해하는 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1번에 있다. 나 같은 진성(?) 회피형 인간들은 아예 무의식에서 감정을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날에, 주위 사람이 우울하냐고, 기분 안 좋냐고 물어서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괜찮다고 말한 다음 '내가 우울한가?' 하고 다시 생각해 봤을 때 그제야 우울이 밀려오는 것이다. 감정을 아예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숨길 생각도 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이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는 사실과, 남들보다 내가 나 자신을 더 몰랐다는 사실에 참담해지기 일쑤다.
이런 건 의식적으로 노력을 한다고 고칠 수가 없다. 애초에 '의식'을 못해서 생기는 문제를 '의식'을 하면서 고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회피형 애착이 안정형 애착이 되려면 안정형 애착인 연인을 만나서 감정을 긍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마 혼자서는 고칠 수 없는 문제인가 보다.
5. “괜찮아”의 함정
5장은 보다 실천적인 부분을 다룬다.
실천 단계
1.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2. 감정을 느끼고 난 후 어떤 생각이 이어졌는가?
3. 때로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힐 수 있다. 나는 어떤 행동을 하는가? (차단, 시선 돌리기, 쉬지 않기, 생각으로의 도피, 괜찮다고 합리화, 참기, 더 큰 감정으로 덮기, 명상)
4. 어떤 감정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감정을 붙잡고 있지 않으면 얼마 후 그 감정은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방식으로 감정에 마음을 기울일 수 있을까?
작년의 나(고3)를 소환해 답해 보았다.
1. 불안
2. 에라 모르겠다. 관두자.
3. 유튜브로의 도피
4. 3분 정도 짧게 명상을 한다. 불안에는 명상이 효과가 좋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짧은 명상 후 내가 느낀 바를 그대로 일기장에 적는다.
그러나 감정이 올라왔을 때는 이미 스트레스가 심각하게 쌓인 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감정을 차단하는 정도가 큰 사람의 경우, 위의 실천 단계를 감정을 인식한 뒤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살짝이라도 '불편한 느낌'이 들었을 때, 혹은 '비일상적인 사건'을 겪었지만 감정의 큰 변화가 없을 때 적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내 감정 속에 머무를 수 있다
나는 방금 어떤 감정을 느꼈는데 이를 멀리하거나 피하지 않고, 또 붙잡거나 연장하려 들지 않고 그저 순수하게 마주하려 한다.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상처를 받거나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어떠한 감정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감정이란 왔다가 사라지는 파도와도 같은 것이다. 이 감정도 사라질 것이고 나는 이 감정의 파도에 몸을 맡길 준비가 되어 있다. 이 감정이 새롭고 낯설지만 그래도 나는 호기심을 가지고 감정에 나 자신을 열어둘 것이다.
두려워하지 않고.
나는 이 부분을 캡처해 두고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읽을 계획이다. 회피형인 된 근본적인 원인이 '두려움'이라는 것을 계속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이 글을 보는 회피형 인간들에게, 혹은 그 주변인들에게, 같은 처지의 사람으로서 나의 글이, 그리고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의 삶과 감정을 응원한다.
*대표이미지 출처: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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