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저자인 오카다 다카시는 성격장애와 애착장애 분야의 가장 탁월한 전문가로 꼽히는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이다. 저자는 자신이 소리에 대한 예민함을 가지고 있어,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환자들과 그들의 예민함을 연구했다. 이 책은 그 연구결과를 상세한 분석과 함께 제공한다.
책의 내용은 크게
1. 예민한 사람들의 통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예민한가
2. 예민함이 삶에 미치는 영향
3. 예민함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각각의 특징
4. 예민함을 구성하는 요소들 간의 상관관계
5. 각 요소의 원인과 결과
6. 예민함 내려놓기
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목차가 이렇게 나뉘어 있지는 않고, 위의 구분은 편의상 재구성해 본 것이다. 심리학 도서들을 읽으면 어떤 책은 분석이 부족하고 다른 책은 해결 방법 제시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필요한 모든 내용이 다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쉽게 잘 읽히기는 하지만 관심 없던 사람이 읽어도 흥미로울 정도는 아니다. 책에 있는 실제 환자들의 사례들은 오로지 예민함 분석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하게 나와 있어서 다른 심리학 도서와는 다르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말 예민함으로 큰 불편이나 고통을 겪고 있는 당사자나 주변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은 책의 간략한 내용 정리와 '나의 예민함 분석 결과'이다.
1. 예민한 사람들의 통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예민한가
예민한 사람들은 소수가 아니다. 서울과 울산에서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무려 44%가 예민하다.
2. 예민함이 삶에 미치는 영향
행복한 인생의 척도라 할 수 있는 3가지 지표는 얼마나 사회에 잘 적응하고, 얼마나 삶의 고달픔을 느끼고,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끼는가이다.
p.39
조사에 따르면 예민한 사람들은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고, 삶의 고달픔을 더 크게 느끼고, 따라서 남들보다 불행했다. '예민함'은 행복에 불리한 특성인 것이다. 특히 '예민함'과 '삶의 고달픔'의 밀접도가 상당히 높았다. 흥미로웠던 것은 '부정적 사고'보다도 '예민함'이 '삶의 고달픔과 더 밀접하다는 연구결과였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의 상식에서보다 훨씬 '예민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3. 예민함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각각의 특징

위의 표는 책에서 언급된 감각 프로파일 분석의 4요소를 보여준다. 순서대로 저등록, 감각추구, 감각과민, 감각회피이다. 표의 위로 갈수록 신경학적 역치가 높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자기조절 및 행동반응이 능동적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예민함'의 이미지는 아마 감각과민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상반되는 요소들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한다.
각 항목별로 체크리스트가 있어서 스스로 진단을 해볼 수 있었다. 나의 경우는 감각과민과 감각회피가 높았다.
예민한 사람들의 경우 감각과민이 높고, 따라서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등록이나 감각회피가 꽤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고 한다.
4. 예민함을 구성하는 요소들 간의 상관관계
책의 저자인 오카다 다카시는 예민함 6요소를 개발하여 사람들의 예민함을 분석했다. 책에는 각각의 정도를 알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제시되어 있었다. 6요소는 다음과 같다.
신경학적 요소: 1) 감각과민 2) 순화저항
심리사회적 요소: 3) 애착불안 4) 마음의 상처
병리적 요소: 5) 신체화 6) 망상경향
나의 경우에 각각 4/5, 4/5, 1/5, 2/5, 2/5, 0/5, 예민함 지수 13/30로 다소 예민한 편에 속했고, 주로 신경학적 요소가 두드러졌다. 나처럼 한쪽으로 수치가 치우친 경우 전체 예민함 지수는 높지 않더라도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실제로 삶의 고달픔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심리사회적 요소가 큰 사람에 비해 낮다.
추가적으로 예민함에 따르는 경향으로써 7) 회피경향 8) 저등록이 있다.
나는 각각 4/5, 2/5가 나왔다. 1)~8)의 총합은 생활장애지수로, 19/40으로 다소 높은 편에 속했다.
계속 수험생 신분인 상태에서 테스트를 했기 때문에 예민함이 원래보다 살짝 더 높게 나오긴 했을 것 같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은 살짝 덜 예민하다고 나올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나이가 더 들면 조금 덜 예민해지지 않을까.
5. 각 요소의 원인과 결과
8가지 요소 각각의 원인과 결과가 사례와 함께 제시되어 있었다.
나의 경우는 신경학적 예민함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보아 환경적 요인 때문이기보다는 선천적으로 예민한 체질임을 알 수 있었다. 회피경향에 대해서는 어릴 때의 영향이 크다는데 분명한 트라우마는 없어서 잘 모르겠다.
나는 최근에서야 내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이유를 회피경향과 심리사회적 요소가 낮은 것과 연결지어 이해할 수 있었다. 보통 '예민한 사람'하면 떠오르는 히스테릭하고 눈치가 빠른 이미지는 심리사회적 예민함이 높고 회피경향이 비교적 적은 사람들의 이미지였다. 가족 외 다른 사람들에게 예민하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나와 그들의 예민함은 종류가 달랐던 것이다.
감각과민에 회피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에도 스스로 잘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나 회피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너진다. 완벽하게 나를 설명해 주는 문장이다.
6. 예민함 내려놓기
먼저, 원치 않는 자극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자극량 줄이기(내면의 자극 포함)
2. 자극을 루틴으로 만들어 익숙해지기
3. 한계를 넘지 않고 과부하가 느껴지면 일단 멈추기(약, 도피)
근본적으로 예민함을 줄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0. 내 안의 문제 찾기
1. 부모로부터의 독립
2. 긍정적 인지(희망 연습, 친절과 감사 베풀기), 극단적 이분법적 생각 줄이기
3. 자기 관점에서 벗어나 관조하기(마인드 풀니스, 3분 호흡 공간법)
4. 안전 기지 기능 키우기
무엇보다 행복의 4할은 스스로 결정한다는 사실을 믿고 스스로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지난 3년 동안 0번을 치열하게 해왔다.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예민함 지수만 봐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하게 살기는 힘든 사람인 것 같으니, 노력밖에 답이 없다. 2번은 나도 모르게 해온 것들이다. 그중 희망 연습은 정말 꾸준히 하고 있다. 3번은 다른 심리학 도서를 읽고 최근에 시작했다. 4번은 정말 어려웠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근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다. 내 의지와는 무관한 1번 빼고는 나름 잘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자신이 예민함을 알고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다면 가장 중요한 '내 안의 문제 찾기'를 수행하는 것과 같다. 예민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삶에의 투쟁에 좋은 이정표가 될 것이다.
*대표이미지 출처: yes24
또 다른 심리학 도서 추천 ↓
https://oje05.tistory.com/entry/%EB%82%B4-%EA%B0%90%EC%A0%95%EC%9D%B4-%EB%B2%84%EA%B1%B0%EC%9A%B4-%EB%82%98%EC%97%90%EA%B2%8C%EC%95%88%EB%93%9C%EB%A0%88%EC%95%84%EC%8A%A4-%ED%81%AC%EB%88%84%ED%94%84-%EA%B0%90%EC%A0%95%EA%B3%BC-%EB%A7%88%EC%A3%BC%ED%95%98%EA%B8%B0
[내 감정이 버거운 나에게_안드레아스 크누프] | 감정과 마주하기
내 감정이 버거운 나에게 내 문제에 대해 답을 찾기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되어 간다.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쓸데없이 강력한 의지 때문에 혼자 독학을 택했다. 이 책을 읽은 것도 나의
oje05.tistory.com
'철학·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욕구들: 여성은 왜 원하는가_캐럴라인 냅] | 모든 여성들에게 (1) | 2025.03.23 |
---|---|
책 [나는 정상인가_사라 채니] | 정상성은 실존하는가? (0) | 2025.01.21 |
책 [내 감정이 버거운 나에게_안드레아스 크누프] | 감정과 마주하기 (3) | 2024.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