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본능과도 같다. 내가 필요로 하거나 가치 있게 여기는 대상을 온전히 차지하는 것은 상당한 만족감을 준다. 그러나 종종 그 '소유'에 의한 부정적 감정이 만족감을 넘어서는 때가 있다.
내가 가진 것들을 지키는 데 지쳤다면, 끊임없이 더 가지라고 말하는 세상이 벅차게 느껴진다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무소유'를 비롯하여 이 수필집에 실려 있는 여러 글들은 물질의 '무소유'를 넘어서 마음의 '비움'에까지도 도움을 줄 것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다른 의미이다.
'무소유' 中
아마 이 문장이 '무소유'의 첫 문장이었다면 나는 책을 덮었을지도 모른다. 너무 철학적이고 뜬구름잡는 이야기가 아닌가 지레짐작하고 읽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다행이도 이 문장은 '무소유'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글의 전체를 이해한 다음에 읽은 이 문장은 전혀 추상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되려 이것보다 현실을 더 구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책은 위의 문장처럼 얼핏 관념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현실적이다. 오래 전 출판된 책이지만, 바뀐 현실에도 잘 들어맞는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무소유' 中
아주 흔한 사례다. OTT 이용권을 구매하고 나서 본전을 뽑기 위해 관심도 없었던 영화를 본다든지, 집이나 차에 돈과 에너지를 지나치게 쏟아붓는다든지 하는 경우다.
우리는 '소유'가 너무 쉬운 사회에 살고 있다. 구매 욕구가 생기자마자 터치 몇 번이면 물건이 내 소유가 된다. 생필품에서부터 문화생활 상품에 이르기까지 상품은 너무 다양화되었고, 광고를 통해 지속적으로 눈앞에 노출된다. 아무 생각 없이 살면 짐은 점점 쌓인다.
이런 상황에서 '무소유'는 단지 불교계나 미니멀리즘에만 적용되고 말 것이 아닌 것 같다. 우리 모두가 '무소유'의 개념을 기억하며 살 필요가 있다.
한 번쯤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짐을 덜어내 보는 것은 어떨까.
'무소유' 이외에도 이 수필집에는 좋은 글들이 많다. 그래서 두세 번 읽고 마음에 남는 부분들을 따로 필사해 놓기도 했다.
그중 가장 인상 싶었던 부분을 소개한다.
우리가 온전한 사람이 되려면, 내 마음을 내가 쓸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우연히 되는 것이 아니고 일상적인 대인 관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왜 우리가 서로 증오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항해하는 나그네들 아닌가.
'녹은 그 쇠를 먹는다' 中
혐오의 시대. 마음에 새기면 좋을 이야기다.
*절판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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