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나면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이 문제를 3년 동안 고민했다. 아직 수능을 본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도 않을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수능이 끝나는 것은 나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상상 속에서 수능을 마친 나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 행복했다.
수능 끝나고 할 일을 적은 리스트는 100가지를 넘어섰다. 인터넷으로 각종 수험생 혜택과 선배들의 경험담도 수집했다.
그러다가 이 책이 내 눈에 띄었다. 수능이 끝나고 무엇을 할지에 대한 책도 있을까, 하고 무심히 '수능이 끝나면'을 검색창에 쳤는데, 《수능이 끝나면 그네를 타라》라는 책이 버젓이 있었다. 책을 언제 읽을지에 대해 잠깐 고민했다. 당장 읽어서 내 리스트에 참고할까, 아니면 수능이 끝나고 읽을까. 나는 후자를 택했다. 수능을 마치고 《수능이 끝나면 그네를 타라》를 읽는다니, 얼마나 의미 있을까, 하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재수를 하는 바람에 현역 수능을 마치고서는 이 책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고, 이번 수능을 마치고는 도서관 책을 연체한 것에 대한 페널티로 한동안 읽자 못했다. 결국 수능이 끝나고 꽤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책을 빌렸다.
책이 기대만큼 그렇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사실 나는 '수능 끝나고 할 일 목록'을 이미 100개가 넘게 적은 사람이기 때문에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가능성이 없기는 했다. 2010년 출판된 책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그리고 수능이 끝난 지 거의 한 달이 지나는 바람에 수능이 어땠고, 수능을 준비하던 내 마음이 어땠는지 벌써 반쯤 기억이 날아간 상태라 별 감흥이 없었다.
그래도 수능이 끝나면 가장 먼저 할 일 중 하나였던 만큼, 책을 다 읽고 나니 좀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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