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본 건 올해 9월이었다.
원래 나는 서치 및 구독용으로만 X(이하 트위터)를 이용했었다. 그리고 절대 '덕질 정보를 빠르게 얻기 위함'이라는 목적을 벗어나지 않았다. 잠깐 덕질 활동을 게시하기도 했지만 귀찮아서 금방 관뒀기 때문에 내가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일은 앞으로 평생 없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현실도피의 차원에서 트위터 이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덕질 외의 주제도 서치하는 일이 생겼다. 주로 수능 이후를 위한 뷰티, 여행 등이 새로운 관심사였다. 그렇게 나의 트위터 알고리즘은 점점 넓어졌고, 결국 여성의제에까지 이르렀다.
사실 덕질을 딥하게 하는 편은 아니라 트위터에서 보는 같은 팬덤 사람들에 대한 유대감이나, 팬심에 대한 공감은 크지 않았다. 뷰티, 여행 등의 주제도 단순 정보 수집의 차원에서 도움을 받는 수준에 그쳤었다.
그런데 여성의제의 경우는 달랐다. 나는 여성이지만 이전에는 여성의제에 관해 관심이 없었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관심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꺼리면 꺼렸지, 지지하지 않았다. 페미니즘이 그저 남녀갈등의 한 축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랬던 나의 생각을 트위터가 완전히 바꿔놨다. 며칠 사이에 나는 여성의제를 비롯한 사회문제 전반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탈바꿈했고, 결국 트위터 활동을 할 수밖에 없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아무튼, 트위터》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읽고 약간 실망했다. 약 6년 전의 트위터는 지금과 꽤 달랐다. 그 사이에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해 X로 바꾸고 마음함을 비공개 처리하는 등 시스템적인 변화도 있었고,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정서도 바뀌었다. 트위터를 오래전부터 이용한 사람이라면 공감이 가는 내용이겠지만, 제대로 된 트위터 이용을 갓 시작한 나로서는 낯선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최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플랫폼의 옛 모습을 알아가는 것도 꽤 매력이 있었다. 낯선 만큼 신선했고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작가가 트위터를, 그 안의 사람들을 애정하는 마음이 텍스트 밖에서도 느껴졌다. 나도 저렇게 트위터를 애정하게 될까, 정말 궁금해졌다.
물론 나는 당시 수능을 코앞에 둔 수험생이었기에 수능이 끝나기 전까지는 트위터에서 글을 올리고 알티를 하는 등의 적극적인 활동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정말 그럴 생각이었으나, 그 다짐은 네이버웹툰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깨져버렸다.
대부분 다 그러겠지만 아무리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해도 남의 일은 남의 일이다. 연대도 한계가 있다. 내 삶이 먼저인 것이 당연하다. 그게 내 일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는 네이버웹툰 헤비유저였다. 매년 말에 집계되는 이용 통계에서 나는 최근 몇 년간 상위 1% 내외를 유지했다. 학생신분이라 자본 운용이 자유롭지 않아 현질은 거의 못했지만, 웹툰을 요일별로 10개 이상씩 보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다른 플랫폼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 네이버웹툰 충성고객이었다.
그런 나에게 네이버웹툰의 여혐 방조 및 동조는 정말이지 충격적이었다. 기업에게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에는 원래 회의적인 입장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네이버웹툰의 대응은 내 상식으로 아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결국 나는 분노하며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나의 트위터 시작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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