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단편집이다. 저번에 작가의 <비둘기>가 너무 좋았어서 이 책도 설레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 저자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출판
- 열린책들
- 출판일
- 2020.04.20
목차는 다음과 같다.
깊이에의 강요
승부
장인(匠人) 뮈사르의 유언
...... 그리고 하나의 고찰
- 옮긴이의 말
(줄거리 포함)
먼저, <깊이에의 강요>는 작품에 '깊이가 없다'는 한 평론가의 말 때문에 자살한 여류 화가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녀가 죽자 평론가는 그녀의 생전 그림 속에 '깊이에의 강요'가 보인다고 말을 바꾼다.
결국 그녀의 죽음은 평론가의 말을 맹신하고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함으로 인한 것이었다. 객관적인 평가 지표가 부재한 예술 분야에서는 평론가의 평가가 곧 기준이 된다. 특히 신인 작가라면 경력이 대단한 평론가의 권위에 압도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승부>에서는 두 남자의 체스 경기가 세밀하게 묘사된다. 거리에서 체스로는 남에게 져본 적이 없는 중년과 어딘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청년이 체스를 둔다. 청년의 분위기와 과감한 경기 방식 때문에 구경꾼들은 그가 중년 남성을 이길 것이라고 믿는다. 상대방인 중년 남성 역시 청년이 엄청난 고수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평소보다 방어적인 수를 둔다. 그러나 청년은 체스 고수가 아니었고, 그의 수 또한 대단한 모략을 숨기고 있지 않았다. 결국 청년은 패배했고, 중년은 승리했음에도 패배감을 느낀다.
나는 체스 규칙을 아예 모른다. 알았더라면 머릿속에 경기를 그리면서 읽어나갈 수 있었을 텐데, 어떤 상황인지 직접적으로 알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럼에도 작가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서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옮긴이의 말처럼, 마치 한 편의 연극 같은 단편이다.
<장인(匠人) 뮈사르의 유언>
세계와 인간이 돌조개로 변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뮈사르라는 사람의 유언장이다.
사실 읽으면서 웃겼다. 조개 화석을 통해 지질학적 발견을 하는 내용인가 싶었는데, 돌조개 종말론이라니. 이걸 진지하게 주장하는 어조가 너무 웃겼다. 이 내용을 인간성 상실과 같이 철학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왠지 그러고 싶지 않다. 순수 재미만으로도 충분하다.
<...... 그리고 하나의 고찰>
책을 읽는 도중에 전에 읽었던 책임을 뒤늦게 깨닫는 경험을 한 적 있는가? 나는 부끄럽게도 그런 적이 몇 번 있다. 사실 여기에 독후감을 쓰는 이유도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기록이 있어야 나중에 확인하기도 쉽고, 기록의 과정에서 책 내용이 기억에 더 남을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다. 다행인 것은, 파트리크 쥐스킨트도 이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직업이 작가인 사람도 그런다는데 아무것도 아닌 나는 까먹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설령 책 내용은 까먹더라도 책에서 받은 인상은 내 인생에 작게라도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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